폐타이어 화분
박수빈
속도를 내려놓은 동그라미
그 안에 사는 가족을 본다
민들레 톱니 잎겨드랑이와
갓털 달린 씨
가벼워 멀리 날 것 같다
경주마처럼 살다가
닳아버린 동그라미에
바람이 꽃씨를 나르며
벌레들도 따라와 머무는 집
저 동그라미는 기단이 되고
쌓여서 소망 담은 탑이 되듯
검은 몸의 쓰임
생명도 이와 같았으면
-「폐타이어 화분」,『달 먹은 고양이』, 2025. 박수빈
<한보람 시인의 시선>
멈춘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존재의 두 번째 삶.
이 시는 폐타이어의 재활용만을 말하지 않는다. 속도와 경쟁 속에서 닳아버린 존재가 멈춘 자리에서 꽃씨와 벌레를 품으며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달리던 타이어는 쓸모를 다했지만, 버려진 뒤 오히려 생명들이 머무는 집이 된다. 얼마나 멀리 갔는가보다, 멈춘 자리에 무엇을 품고 남겼는가. 시인은 그곳에서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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