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7] 폐타이어 화분...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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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람의 문학 정원 17] 폐타이어 화분... 박수빈 시인
  •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승인 2026.08.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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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구교육신문
사진=대구교육신문

폐타이어 화분

                                      박수빈

 

속도를 내려놓은 동그라미

그 안에 사는 가족을 본다

민들레 톱니 잎겨드랑이와

갓털 달린 씨

가벼워 멀리 날 것 같다

 

경주마처럼 살다가

닳아버린 동그라미에

바람이 꽃씨를 나르며

벌레들도 따라와 머무는 집

 

저 동그라미는 기단이 되고

쌓여서 소망 담은 탑이 되듯

 

검은 몸의 쓰임

생명도 이와 같았으면

 

-「폐타이어 화분」,『달 먹은 고양이』, 2025. 박수빈

 

<한보람 시인의 시선>

멈춘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존재의 두 번째 삶.

이 시는 폐타이어의 재활용만을 말하지 않는다. 속도와 경쟁 속에서 닳아버린 존재가 멈춘 자리에서 꽃씨와 벌레를 품으며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달리던 타이어는 쓸모를 다했지만, 버려진 뒤 오히려 생명들이 머무는 집이 된다. 얼마나 멀리 갔는가보다, 멈춘 자리에 무엇을 품고 남겼는가. 시인은 그곳에서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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