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0] 문득 만난 얼굴...주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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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람의 문학 정원 10] 문득 만난 얼굴...주원규 시인
  •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승인 2026.06.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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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구교육신문
사진=대구교육신문

 

문득 만난 얼굴

 

사진 한 장 바람에 날아와

발등에 사르락 얹혀진다

허리를 굽혀 무게도 없는 사진을 집어 든다

누가 누구를 찍은 이 사진은 누구일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굴은 아니라서

혼자 뒹굴면 아무도 모를 아직 세월에 누렇게 바래기 전

이 분명한 윤곽의 사진은 누구일까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인지

이목구비가 너무나 선명한

인생의 여유를 알 만한 나이의

시선을 하늘 쪽에 둔

이 사진의 주인은 누구일까

오래 쌓은 우정이 불러서

종로에서 광화문통으로 발길을 옮기는 중

낙엽도 다 쓸린 일모(日暮)의 때

초겨울 시린 바람에 낙엽처럼 굴러 내 발등에 얹힌

명함판보다는 조금 더 큰 사진 속 문득 만난 이 얼굴은

 

「문득 만난 얼굴」, 『문득 만난 얼굴』, 2017. 주원규

 

<한보람 시인의 시선>

무게 없는 사진 한 장에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얼굴들이 겹쳐지는 시.

「문득 만난 얼굴」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의 생애를 가만히 바라본다.

화자는 발등에 날아든 사진을 주워 들고

이 사람이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며 누구의 아버지였을지를 생각한다.

사진은 가볍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생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름 없이 지나갔으나 누군가에게는 전부였을 얼굴.

문득 만난 얼굴은 어느새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얼굴들로 번진다.

길 위를 떠도는 사진처럼 사람 역시 잠시 세상에 머물다 떠난다는

존재의 쓸쓸함을 낮고 담담하게 담아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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