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3]지동 사람들...박병두 시인
상태바
[한보람의 문학 정원 13]지동 사람들...박병두 시인
  •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승인 2026.07.03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대구교육신문
사진=대구교육신문

지동 사람들

                                                              박병두

내가 머물렀던 곳들은 하나같이

빗물에 젖은 가옥들 같은 표정이다

여기 머무르던 빛과 뜨거움은

몇 사람의 가슴에 두레박 없는 우물만 남기고

부활을 기다리는 가옥들에게

돌아 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다

폐품 수집 두발 리어카에

지동시장 변두리에서 잔혹한 바람 마시며

콩나물 손님 없는 오늘도

할머님이 우산을 베게삼아 앉아 계신다

저녁이거나 아침이거나 불들이 켜지고

네모난 창들 호박잎 같을 때

방음벽 타고 날아온 가난한 웃음들

눈, 비, 바람, 화성 성곽 햇빛에

흐리게 꽂혀 있는 지동 사람들

손사래로 그들을 배웅하고

불빛 젖은 창들 먼

 

이별 같을 때
 

「지동 사람들」, 박병두

 

<한보람 시인의 시선>

기다림 속에서 견디는 존재의 모습,

돌아오지 않는 것을 품고 살아가는 일.

삶은 어쩌면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동 시장 사람들은 떠난 온기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간다.

손님 없는 시장 한켠, 유독 우산을 베고 앉은 할머님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