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距離)
서정혜
창턱에는 두 개의 꽃병이 있었다
좋아하는 꽃이 서로 달랐다
서로 다른 길을 다녀와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는지
답이 없는 시간은 멀리 강에 흘렀다
창을 열면 시야가 트일까
창턱에는 아직 두 개의 꽃병이 있다
「거리」,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2022. 서정혜
한보람 시인의 시선
서로 다른 채 곁에 머무는 것이 관계라는 깨달음.
좋아하는 꽃도, 걸어온 길도 달랐던 두 존재는 끝내 하나가 되지 않는다.
답 없는 시간은 흘러가고, 같은 창턱에 남은 두 꽃병은 이해보다
깊은 관계의 지속을 조용히 보여준다.
서로 다른 채 곁에 머무는 일이 관계의 본질임을 담담하게 전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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