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국어 수업④] 중3 2학기 예비고1의 고등 국어, 글을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상태바
[한보람의 국어 수업④] 중3 2학기 예비고1의 고등 국어, 글을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 한보람 문학 Editor
  • 승인 2026.09.17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한보람의 국어 수업④] 중3 2학기 예비고1의 고등 국어, 글을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학생이 풀어 온 독서 지문을 펼쳤는데 한 페이지가 거의 밑줄로 가득한 적이 있다. 중요한 부분에 표시해 보라고 했더니 읽다 보니 다 중요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 한 편의 글에서 각 문장은 앞뒤 내용과 관계를 맺으며 놓여 있다. 다만 모든 문장을 같은 무게로 읽으면 글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에는 정보만 많이 남는다.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문장인지, 앞의 내용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흐려지기 쉽다.

나는 그중 한 문장을 가리켜 물었다.

“앞의 문장하고 이 문장은 무슨 관계일까?”

학생은 처음에는 두 문장의 내용을 각각 설명했다. 둘 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는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있었고, 다음 문장은 그 개념이 실제로 나타나는 조건을 설명하고 있었다. 두 문장의 뜻을 아는 것과 두 문장이 왜 붙어 있는지를 아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었다.

고등학교 독서에서는 이런 관계를 자주 만나게 된다. 개념을 제시한 뒤 사례를 들기도 하고, 하나의 주장을 설명하다가 예외가 되는 경우를 덧붙이기도 한다. 서로 비슷해 보이는 두 대상을 제시해 놓고 어느 지점에서 차이가 생기는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에는 ‘무슨 내용이지?’라는 질문과 함께 ‘왜 지금 이 이야기가 나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낯선 용어나 어려운 내용에 시선이 오래 머물기도 한다. 그런데 글의 흐름을 잡는 데에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 주는 표현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가 나오면 앞의 내용과 어떤 점에서 방향이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뒤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이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가 나오면 사례 자체를 외우기보다 앞의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등장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편이 좋다.

학생들이 자주 지나치는 것은 지시하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 ‘이 입장’, ‘이와 같은 방식’이라는 표현을 읽고도 ‘이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한 문장만 보면 이해되는 것 같은데 글 전체의 흐름은 흐릿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잠깐 앞 문장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현상인지, ‘이 입장’은 앞에서 소개한 견해 가운데 어느 쪽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관계를 확인하고 나면 뒤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문단이 바뀌는 지점에서도 한 번 멈춰 볼 수 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인지,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이어 가는 것인지, 두 대상을 본격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긴 지문을 읽다가 “앞에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다. 모든 내용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조금씩 물어보면 개별 문장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각각의 정보가 어떤 관계로 이어졌는지가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모든 문장을 짧게 요약해서 외우는 일이 아니다. 읽는 동안 글의 방향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개념을 설명하고 있구나.’
‘여기서부터 두 견해가 나뉘는구나.’
‘이 사례는 앞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구나.’

이 정도의 흔적만 남아 있어도 글은 여러 문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밑줄을 긋는 방식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긴 문장 전체를 표시하기보다 두 대상이 갈라지는 지점이나 앞의 내용을 받아 이어 가는 표현, 글의 방향이 바뀌는 부분에 표시해 보는 것이다.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중요한 문장이었다’는 흔적보다 ‘여기에서 관계가 달라졌다’는 흔적이 남는 편이 필요한 내용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를 푼 뒤에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고른 선택지가 틀렸다면 지문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보다 어느 대목에서 글의 관계를 다르게 이해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앞의 설명과 뒤의 사례를 따로 읽었는지, 두 견해의 차이를 놓쳤는지, 지시어가 가리키는 대상을 잘못 짚었는지를 확인하다 보면 읽을 때 놓친 지점도 조금씩 보인다.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 때보다 긴 글과 많은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늘어난다. 그래서 모든 문장을 같은 힘으로 붙잡고 있으려 하면 읽을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페이지의 밑줄을 조금 줄이는 대신, 문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글을 많이 표시하는 것보다, 글이 움직이는 지점을 알아보는 일이 먼저일 때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