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정부의 초대형 지방대학 육성 프로젝트인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패키지' 1차 지원 대상에서 경북대학교가 최종 탈락하고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3개교가 우선 대상자로 확정됐다. 이번에 낙점된 3개 대학은 2030년까지 매년 약 700억 원의 패키지 예산을 확보함은 물론, 일반재정지원 등으로 연간 200억~300억 원이 추가 투입되어 5년간 기관당 수천억 원 규모의 전폭적인 국가 투자를 받게 된다. 반면 지난 5월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국책 연구사업(NRL 2.0) 본선 진출 좌절에 이어 또다시 메가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경북대는 영남권 거점 경쟁에서 부산대에 확실한 주도권을 내주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경북대는 모바일 AI 및 제조 AI 산학 연계를 승부수로 던졌으나, 조선해양·항공우주 기반 융합대학 신설과 대기업 계약학과 대거 유치를 앞세운 부산대의 실현 가능성 평가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선정 결과를 둘러싸고 대구 정치권과 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하며 평가 공정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인선 의원은 기존 정부의 글로컬대학 평가에서 경북대와 부산대가 나란히 B등급을 기록한 반면 전남대는 C등급, 충남대는 최하위권인 D등급을 받았던 공인된 지표를 근거로 들며 반박에 나섰다. 종전 정량·정성 평가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였던 대학이 탈락하고 하위 평가를 받았던 대학들이 선정된 납득할 만한 평가 근거와 세부 배점 기준을 공개하라는 촉구다. 특히 불과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대학당 7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쏟아지는 만큼 무리한 예산 털어내기식 집행이 없는지 국회 차원의 전수 검증을 예고했다.
그러나 외부 평가 논란 이면에 자리 잡은 경북대 자체의 고질적인 내부 분열 역시 결정적 자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 집행부는 연구중심대학 체질 전환을 내세워 교원 업적 평가와 재임용·승진 기준 대폭 상향을 밀어붙였으나, 단과대학별 학문적 특수성을 묵살당했다고 판단한 교수사회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조교수들의 학내 피켓 시위와 교수총회와의 마찰 등 파열음이 수개월간 지속됐고, 급기야 정부에 최종 혁신계획서를 제출하는 마감 시점까지도 단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행정 혼선을 노출했다. 내부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체질 개선안이 정부 실무위원회의 '혁신 의지 및 실행 가능성' 검증대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 했었을 수도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탈락 여파는 대구 지역 대입 지형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 수성구 소재 일반고인 A고교의 자연계열 입시 담당 교사는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 속에서도 지역 상위 10~15%대 학생들이 거점국립대 IT 및 전자공학부를 안정적인 종착지로 선택해 왔으나, 연간 700억 원이 넘는 국비 투입 격차와 부산대의 대기업 계약학과 집중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시 원서 접수 직전 상위권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과 부산대 역유출 조짐이 뚜렷해졌다"고 짚었다. 대구 달서구 B고교 3학년 수험생 C군은 "경북대 모바일공학이나 첨단학과를 최우선 지망으로 준비해 왔지만 학교의 대규모 국비 지원 탈락과 연이은 학내 갈등 소식을 접하니 5~10년 뒤 연구 인프라와 기업 연계에서 부산대에 크게 뒤처질 것 같아 원서 배치를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성구 C고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D씨 역시 "지방 거점대에 서울대급 투자를 해준다기에 아이를 지역에 남겨둘까 고민했는데, 교육 예산마저 지역 홀대가 현실화되고 대학 자체도 분열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 서울 중상위권 대학이나 최소한 지원이 확정된 타 거점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