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자각·자접의 창작판화 정신을 대형 회화(타블로)로 확장한 반세기 판화 여정
(대구=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디지털 프린트와 복제 판화가 범람하는 시대, 반세기 동안 묵묵히 작가의 손끝과 시간의 축적으로 판화 예술의 본질을 천착해 온 거장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대구 수성구 들안로에 위치한 갤러리 히든스페이스(1F~4F)는 오는 8월 12일(수)부터 9월 18일(금)까지 한국 현대판화의 거장 구자현 작가의 개인전 ‘구자현 판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8월 12일 오후 5시 오프닝을 시작으로, 8월 13일 오후 2시에는 관람객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마련된다.
원화 복제 넘어선 ‘자화(自画)·자각(自刻)·자접(自摺)’의 순수 창작판화
구자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오사카예술대학, 교토 세이카대학, 큐슈산교대학 대학원 등에서 판화와 서양화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1980년대 초 도쿄 긴자 시로타 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활발한 전시를 이어왔으며, 2002년 공간 국제판화 비엔날레 대상 등 국제적인 권위의 판화상을 휩쓸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원화를 단순히 확대 복사해 공방에서 찍어내는 상업적 ‘복제 판화(지클레 등)’와 철저히 선을 긋는다. 작가가 직접 판에 그리고(自画), 새기며(自刻), 찍어내는(自摺) 전통적 창작판화의 숭고한 육체적 노동을 2m에 이르는 대형 화면의 ‘타블로(Tableaux·회화)’로 구현해 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본의 유력 미술전문지 『판화예술』의 마츠야마 다츠오 편집주간은 평론을 통해 “구자현의 작업은 A4 크기에 머물던 전통적 판화 개념을 깨고 대형 실크스크린과 목판화를 통해 ‘회화적 차원’으로 확장한 독창적 성과”라며 “컴퓨터 그래픽과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에 손의 행위와 원초적 물성으로 새로운 판화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던져주고 있다”고 평했다.
[미니 인터뷰] 이번 전시 기획한 히든 스페이스 박진향 대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시간과 물성의 깊이’… 동시대 판화의 새로운 비전 제시할 것”
Q. 대구 출신 거장 구자현 작가의 판화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오늘날 미술 시장은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지클레 프린트나 디지털 복제물이 판화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평생을 ‘직접 그리고, 새기고, 찍어내는’ 순수 창작판화에 바쳐온 구자현 작가님의 예술적 태도는 큰 울림을 줍니다. 작가님의 예술적 고향인 대구에서 반세기에 걸친 판화 여정을 깊이 있게 돌아보고, 한국 현대 판화가 나아가야 할 정체성을 질문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Q.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갤러리 히든스페이스 1층부터 4층까지 전관에 걸쳐 펼쳐지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화면입니다. 캔버스 회화 못지않은 거대한 한지 위에 얹어진 색면과 칼자국, 잉크가 스며든 흔적들은 디지털 화면이나 프린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시간의 축적’과 생생한 호흡을 전달합니다. 판화가 단순히 그림을 찍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치열한 회화적 실험임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잊혀가는 ‘손의 가치’와 시간의 궤적을 다시금 일깨우는 이번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문의: 갤러리 히든스페이스 010 8898 1045 / 대구 수성구 들안로40길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