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끝났는데 지옥문 또 열렸다"… 대구 고교가 ‘수행 지옥’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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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끝났는데 지옥문 또 열렸다"… 대구 고교가 ‘수행 지옥’에 빠진 이유
  • 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승인 2026.05.0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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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성구는 ‘창업 계획서·기하 보고서’ 서구·남구는 ‘조별 빌런’ 몸살
- 5월 한 달간 쏟아지는 과제 폭탄에 학생·학부모 “이게 학교냐 사교육장이냐” 비명
수능날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앞.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대구교육신문)
수능날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앞.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대구교육신문)

(대구=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대구 지역 고등학교들의 중간고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지역 교육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5월 수행평가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대구 시내 고등학생들이 잠을 잊은 채 과제와 시험의 굴레에 갇혔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신문의 취재 결과, 현재 대구 지역 고교생들은 한 학기 내신 성적의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차지하는 수행평가 비중으로 인해 중간고사 기간보다 더 심각한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성구 지역 일반고와 자사고를 중심으로 고교생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논문급’ 과제들이 쏟아지며 사실상 ‘부모 숙제’ 혹은 ‘학원 컨설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실제로 범어동의 한 일반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16) 군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일주일 동안 국어 포트폴리오 20페이지, 통합사회 창업 계획서, 기하 탐구 보고서 등 무려 5개의 수행평가가 겹쳤다”며 “잠을 줄여가며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이라 결국 대치동이나 대구 지역 입시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이 전교생의 30%가 넘는다”고 토로했다.

수행평가의 형태 또한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 단순히 과제물을 제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수업 시간에 즉석에서 서술형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10분 내외의 영어 발표를 진행하는 ‘시험형 수행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구 시내 A 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수행평가의 70%를 수업 시간 내 작문 및 발표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매일이 시험 기간인 것 같은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작년 1학년 1학기 생기부 마감이 8월 31일로 앞당겨지면서, 5월과 6월 사이 모든 수행평가를 끝내야 하는 교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하루에 영어 창업 계획서와 물리 실험 보고서를 동시에 써내야 하는 아이를 보면 이게 제대로 된 교육인지 의문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수성구 외 지역인 서구, 남구, 동구 지역 고교에서는 ‘조별 과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별 빌런’이라 불리는 무임승차 학생들로 인해 상위권 학생들이 독박을 쓰거나, 조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학교 폭력 위원회에 버금가는 감정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기부를 보고 있는 학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대구교육신문)
생기부를 보고 있는 학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대구교육신문)

통계적으로도 대구 지역 학생들의 수행평가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대구의 한 교육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수성구 지역 고등학생의 85%가 수행평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도움(부모, 학원, 유료 컨설팅)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달서구의 몇몇 고교에서는 교사나 반별로 가이드라인이 모호하여 ‘운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는 불만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면 더욱 가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경제 공급망 분석 보고서(영어)’, ‘미분과 적분을 활용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최적화 탐구’, ‘기업가 정신을 반영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BM 수립’ 등 대학 전공 서적 수준의 제목들이 고등학교 복도 게시판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 입시 전문가는 “현재 대구의 수행평가는 학생의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변질됐다”며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채우기 경쟁은 더욱 기괴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5월의 대구 교정은 배움의 즐거움 대신, 점수 0.1점을 따기 위해 밤을 새우는 ‘수행 지옥’의 비명만이 가득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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