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구교육신문) 강성주 논설위원 -
여행 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수령하는 중에 삼인조 소매치기 일당에게 김선생이 헨드폰을 소매치기 당한다. 지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보니 우리 일행의 짐과 가방을 노리고 작전을 진행한 듯하다. 김선생과 새롭게 합류한 민선생이 렌트카 인수를 위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나 혼자 남을 때를 기다린 소매치기 일당이 작전을 개시한다. 한 명의 여성이 렌트카 직원에게 문의를 하면서 주의를 흐트리고,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은 우리의 가방 주변에 앉아 자신의 가방을 우리 가방들 사이에 놓는다.
나머지 한 명은 렌트카 사무실 바깥에서 자신의 헨트폰을 가르키며 급하다는 듯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처음부터 긴장하며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른다는 손짓을 강하게 보낸다. 잠시 후 또다시 바깥에 있는 남자가 나에게 헨드폰을 들고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두 사람에게 더욱더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모른다는 손짓을 한다. 급하게 일이 진행되는 듯하여 김선생에게 전화를 하며 더욱 경계를 한다. 그 때, 우리 일행이 들어오고 나는 안도하게 된다.
소매치기 일당도 우리 일행이 들어오는 순간에 모두 사라진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방금 전까지 길안내를 위해 사용 중이던 김선생의 헨드폰이 소매치기 당한 것이다. 대단한 기술이다. 내가 바깥 남자에게 조금이라도 반응했다면 우리 가방 중에 중요한 가방들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소매치기 당한 헨드폰이 만약을 위해 가져온 임시폰이라 불행 중 참으로 다행이다. 몬세라트 수도원 입장권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렌트카 업체에 더 따지지도 못하고 수도원으로 출발해야 한다.
한참을 달려 수도원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엄청나게 막히기 시작한다. 때로는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운전하는 김선생의 배려로 민선생과 나는 트래킹을 해 보기로 한다. 스페인에서의 트래킹이라 생각하니 약간의 설렘이 생긴다. 주변에 처음부터 걸어서 올라 오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40분 정도를 걸어서 오르니 마치 커다란 바위들을 지고 있는 듯한 몬세라트 수도원이 나타난다. 압도적인 경관이다.
몬세라트는 톱니모양의 산이라는 뜻이다. 가우디가 작품의 영감을 여기에서 받았다고 한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소년 성가대와 검은 성모마리아상이 유명하다. 미사 시간에 일정을 맞출 수가 없어 소년 성가대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우리는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검은 성모마리아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기도한 것을 들어주신다는 소문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대로 기도를 드린다. 나도 세속의 욕심을 부탁드려 본다.
수도원을 나오면 저 멀리 산미겔 전망대에 유명한 십자가가 보인다. 1시간 가량을 등반해야 하는데 우리는 오늘 중으로 발렌시아까지 가야하므로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돌아선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산미겔 전망대까지 다녀오기를 추천드린다. 수도원 근처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아래쪽에 자리가 보이면 주차하고 걸어서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는 다행히 기자증을 보여주고 근처에 주차할 수 있었다. 다음 여행지인 360km 가량 떨어진 발렌시아로 천천히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