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어 작년 논술 현장을 추억하며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동현
상태바
대학생이 되어 작년 논술 현장을 추억하며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동현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 강동현
  • 승인 2022.11.26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학년도 수시 논술을 치기 위한 수험생 인파 사진(사진=대구교육신문)
2023학년도 수시 논술을 치기 위한 수험생 인파 사진(사진=대구교육신문)

(서울=대구교육신문 서울 Editor)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동현 - 

11월 19일, 수능이 치러진 지 이틀 후다. 해마다 입시철만 되면 항상 추위가 밀려온다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따뜻하다. 불가사의한 것은 날씨뿐이 아니다. 벌써 2022년 11월 19일이 도래했다는 점이, 내가 논술을 본 지 1주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작년 이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논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온 첫 날 성균관대학교 본관에서 논술을 칠 계획이었는데, 성균관대 수원캠퍼스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바람에 많은 고생을 했다. 혜화역에서 내리자마자 한참을 달려야 했고, 경찰 오토바이에 타 겨우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결과는 불합격이라 이는 모두 헛수고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여기고 싶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금, 비록 스케줄상의 문제로 수능 시험은 찾아가지 못했지만, 대신 작년의 내 모습을 볼 겸 논술 시험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성균관대학교 논술일정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짰다. 논술 당일 하숙집에서 아침을 먹고 10시 정도에 출발했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린 후 근처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인사동 쌈지길을 찾았는데, 처음 왔던 초등학생 시절에 비하면 이곳은 참 많이 바뀌었다. 발걸음을 성균관대학교로 옮겨 12시 반쯤에 도착했다. 시험 종료는 2시 40분, 아직 2시간 정도 남았다. 주변의 주차장과 공터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이마저도 모자라 갓길에까지 이중으로 차들이 늘어져 있었다. 학교 앞 사거리엔 논술고사로 인한 교통혼잡 유의라는 플래카드가 붙었고, 수많은 경찰, 교직원, 학군단 청년들이 교통 지도에 힘쓰고 계셨다. 주변의 음식점과 카페는 부모님 연배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차지하셨다. 결국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좀 더 이동하기로 했다. 성균관대학교 정문 맞은편의 대학로를 따라 내려가니 옛날 생각이 확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여기가 앞으로 내 보금자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혜화역 입구에 다다르니, 입실시간에 늦어 여기서부터 전속력으로 뛰었던 게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2023학년도 대입 수험생의 모습들(사진=대구교육신문)
2023학년도 대입 수험생의 모습들(사진=대구교육신문)

역 앞 벤치에 앉아 시간을 떼우다가, 2시 20분 정도가 되자 슬슬 올라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전혀 춥지 않았다. 과잠을 들고 온 것이 후회되었다. 성균관대학교 입구까지 올라가니 벌써 인파가 상당했다. 아마 1년 전엔 우리 부모님도 여기서 날 기다렸을 것이다. 햇살을 피해 나무 밑에 서있길 수십분, 시험 시간은 진작에 지났으나 아직 수험생들은 내려오지 않는다. 대문 앞에서 정장을 입고 확성기를 든 남자가 말하길 오늘 수험생이 약 6300명이라고 했다.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숫자이다.

사람은 점점 더 모여들어 인파 때문에 자동차가 지나다니지 못할 때쯤, 점차 아이들이 한두 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아무런 감정 없는 표정으로, 가볍지만 힘없는 발걸음으로 내려오며 저마다의 보호자를 찾았다. 멀리서 봐선 이들이 대부분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이들을 배웅하듯 교문 앞 스피커에선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가 흘러나왔다. 심장 박동을 닮은 힘찬 북소리와, 왕의 몰락을 다룬 가사가 참으로 언벨런스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저들 중에 몇 명이 합격하고, 몇 명이 몰락할까?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는 도중, 무리지어 내려가는 수험생들 틈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보았다. 이렇게 걸으니 정말로 1년 전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나와 함께 걷는 사람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걸 먹거나, 다음 시험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거나, 혹은 시험을 망쳤다는 절망감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난 이들에게 어떠한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수고했다”나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이런 걸로 기죽지 말아라”, “결과야 어떻든 노력했으면 됐다”같은 말들이 당사자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논술 3개에 전부 떨어진 실패자인데,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을 아낀다. 그러나, 논술 3개를 떨어지고도 정시로 원하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한 것이 나에게 새옹지마가 되었듯이, 입시를 준비한 모든 수험생들에게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원하는 결과들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동현 군은 대구교육신문 공식 서울 취재 Editor입니다. (강동현 취재 Editor 메일 : dubk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