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의 카이스트 탐방기...강동현(고려대 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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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의 카이스트 탐방기...강동현(고려대 국문학과)
  • 대구교육신문 강동현 서울 취재 editor
  • 승인 2024.03.10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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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서울=대구교육신문) 강동현 서울 취재 Editor - 

카이스트 탐방기

강동현(고려대 국문학과)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 경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나는 서울에 있고 그 친구는 대구에 있기에, 그 중간에 위치한 대전에서 만나기로 정했다. 대전을 방문할 일은 거의 없기에, 이번 기회에 카이스트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곳, 소위 ‘입틀막 사건’이 있었던 곳 말이다. 카이스트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었으나 직접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과연 그곳은 어떤 곳인지, 그 사건 이후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오후 1시쯤 대전역에서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탔다. 우린 카이스트를 구경하기 전에 우선 옆에 위치한 충남대학교를 간단히 보기로 했다. 도착하니 개강 전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고, 비가 와서 더욱 한적한 분위기를 풍겼다. 우린 학교 내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과 기념품점만 간단히 본 후, 곧바로 카이스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0~20분 정도 대학로를 따라 걸으니 곧 정문이 나타났다. 정문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카이스트라는 글자가 새겨지지 않았더라면 정문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내 생각엔 화려한 정문 없이도 높은 위상에는 지장이 없기에, 굳이 여기가 어떤 곳인지 광고할 필요가 없기에 그런 듯하다.

우린 여기까지 온 김에 카이스트의 마스코트인 거위를 보러 갔다. 정문에서 쭉 뻗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그 다리 밑이 바로 오리연못이다. 연못은 굉장히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 풀과 나무들은 무성했고,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쉬다 가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아쉽게도 비가 온 탓에 앉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우린 반시계방향으로 연못을 빙 돌았는데, 비 탓인지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거위들은 볼 수 없었다. 여러 마리의 거위가 열을 지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혹시 다리 밑이나 수풀 속에 숨은 건 아닐까 싶어 열심히 찾았으나 결국 포기했다. 의기소침해진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쉬기로 했다. 카페는 역시 한적했고 몇몇 학생들은 노트북으로 각자 일을 바쁘게 하고 있었다. 우린 연못이 잘 보이는 창가 쪽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다음 코스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오리 한 마리가 연못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았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거위 대신 오리를 본 셈이다. 우린 아무것도 못 보고 가느니 차라리 이거라도 어디냐고 위안을 삼았다.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카페에서 나온 뒤 건물들을 구경했는데, 역시 공대에 걸맞게 매우 미래지향적이었다. 비록 학생증이 없어 건물 안까진 들어가지 못했지만, 밖에서 들여다보니 넓고 깨끗해 꽤 많은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마치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입사한 듯한 기분이 들리라.

특이한 점은 곳곳을 둘러봐도 현수막이나 포스터 등이 보이지 않았다. 이 당시는 입틀막 사건 이후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분명 R&D 삭감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이나 그 사건을 비판하는 구호들을 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라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곳이 불처럼 분노를 타올리기보다는, 오히려 물처럼 무겁게 내리앉은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분노를 속으로 삭히고 있는 중일수도 있고. 하필 날씨도 먹구름이 잔뜩 낀 탓에 회색 건물들은 더욱 침울해 보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5시였다. 우린 카이스트를 방문한 김에 이곳 학생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방학 중인데도 문을 연 식당은 꽤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식당 위치를 확인한 후 출발했다. 오리연못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스카이라운지와 창의학습관이 나오고, 그 다음이 바로 본관이다. 본관은 학교의 중심에 걸맞게 웅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슬슬 하늘이 어두워지기에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본관을 지나니 점점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4~5명씩 뭉친 학생 무리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들을 따라가면 학생식당에 도달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는 수백 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방학인데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빈자리가 없어 식탁 끝부분에 겨우 앉았다. 나는 짬짜면을 시키고 친구는 쌀국수를 시켰는데,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아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 공과개학은 다르다고 감탄하며, 이런 곳에서는 공부할 맛이 나겠다고 생각했다.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카이스트 탐방기(사진=대구교육신문)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밖은 밤이었다. 여기서 더 위로 올라가면 강의실들이 있으나, 그곳까지 둘러보다가는 집에 가기 힘들 것 같아 이만 발걸음을 돌렸다. 학교 내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니 지하철역 바로 앞까지 태워다 줬다. 대전역에서 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눴고, 기차를 타고 자취방에 도착하니 늦은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걸어다닌 탓에 다리가 아팠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인 본인에게 카이스트는 이래저래 거리가 먼 곳이다. 학창시절에도 그곳에 갈 생각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해보니, 이곳은 본인이 다니는 학교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한 공간은 전통적이고 감성적이라면, 이곳은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미를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써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대라 불리는 카이스트가,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이끌 인재들을 꾸준히 배출하길 기대한다. 또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부디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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