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막겠다며 ‘학원 문 닫기’ 카드 꺼낸 국회… 모호한 잣대에 실효성 ‘물음표’

- 홍보 제재서 ‘최장 6개월 교습정지’ 직격탄으로 수위 높였지만… 단속 기준조차 불명확 - 대구 수성구 등 교육특구 불법 과외·음성화 우려 고조… “입시 체제 두고 학원만 옥죄나”

2026-11-03     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사진=대구교육신문)

(대구=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국회가 사교육 시장의 과열된 선행교습을 억제하겠다며 학원 강의 내용을 직접 규제하고 위반 시 최장 6개월간 문을 닫게 하는 초강수 법안을 심사대에 올렸으나, 현실과 괴리된 처벌 중심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이 학원가의 선행 유발 마케팅과 현수막 광고를 제재하는 선에 머물렀다면, 이번 개정안은 강단에서 이뤄지는 실제 수업 내용 자체를 국가가 직접 들여다보고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교습 현장에서 복습과 선행, 심화 학습의 경계가 극히 모호한 데다, 교육청별로 이를 명확히 재단할 구체적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일선 현장의 혼선만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실제 수치로 확인되는 교육 현장의 선행학습 의존도는 단순히 법률적 처벌로 꺾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명문대 및 의약학계열 진학 경쟁이 치열한 대구 수성구 학원가 밀집 지역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대구 A고등학교 2학년 김 모 군(17)은 “학교 내신 시험이 워낙 어렵고 까다로워 다음 학기 개념을 방학이나 주말에 미리 다져놓지 않으면 1~2등급 경쟁 자체에 낄 수가 없다”며 “학원에서 진도를 못 나가게 막는다면 결국 고액의 비밀 과외를 찾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암암리에 음성 과외를 구하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대구 학원가 밀집 지역(사진=대구교육신문)

제재 수위의 형평성과 위헌성 시비도 핵심 쟁점이다. 개정안은 적발 시 해당 학원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 교습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이는 기초학력 보충이나 재수생 지도 등 정상적 강의를 이어가는 무관한 강사들의 생존권까지 단번에 위협한다. 아울러 단속망이 학원 등 등록 시설에만 집중될 경우, 오피스텔이나 가정집을 파고드는 불법 개인과외 시장만 비대해지는 ‘풍선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구 B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박 모 씨(48)는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격차가 서너 배까지 벌어지는 마당에, 학원만 틀어막으면 자금 여력이 있는 부유층은 시간당 수십만 원짜리 비인가 밀실 과외로 갈아탈 것이 뻔하다”며 “대입 평가 시스템과 학교 현장의 난이도 격차는 그대로 둔 채 공급자에게만 징벌적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궁극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선행’의 범주를 법리적으로 명문화하지 못한 채 행정 집행의 부담과 혼란을 일선 시·도교육청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학교급을 뛰어넘는 비정상적 조기 교육과 불안 마케팅을 걸러내야 한다는 당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자발적 예습권과 부모의 교육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헌법적 충돌 지점도 여전하다. 대입 서열화와 수능 체제라는 입시 구조의 근본적인 손질 없이 처벌의 몽둥이만 휘두르는 섣부른 규제는, 사교육비 경감은커녕 교육 격차를 더욱 음성화하고 심화시키는 역풍을 낳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