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9] 「정방폭포」... 김민정 시인

2026-09-29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정방폭포(사진= 김민정 본인 제공)

정방폭포

                                             김 민 정

직립의 곧은 길을 여기 와 나는 보네

구차함도 망설임도 거느리지 않는 몸짓

뉘 위한 간절한 기도 저렇게 쏟아내나



아득히 햇빛 너머 떨어지는 저 고요,

용머리 구름 아래 떨어지는 저 고요,

마음 끝 둥글어지게 모난 곳을 깎아주며
 

눈 속에 감추어둔 근심이 있었던가

눈물로 젖어 들던 무엇이 있었던가

서귀포 다 못한 사랑, 나는 네게 안긴다

 

<한보람 시인의 시선>

김민정의 「정방폭포」는 폭포를 바라보는 일을 한 사람에게 닿아가는 마음의 여정으로 바꾼다. 직립의 곧은 길과 구차함도 망설임도 없는 물줄기는 사랑의 단호한 태도를 닮았다. 폭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부를 아래로 쏟아내며 누군가에게 가는 중이다. 특히 “뉘 위한 간절한 기도 저렇게 쏟아내나”라는 문장은 간절한 기도의 이미지를 얻는다. 햇빛과 구름 아래의 고요는 격렬한 물줄기와 대비되며 마음속 슬픔을 더욱 깊게 만든다. 눈 속에 감추었던 근심과 눈물은 폭포를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리하여 폭포의 낙하는 소멸이 아니라 오래 참아온 감정을 내려놓는 정화의 몸짓이 된다. 끝내 “나는 네게 안긴다”라는 고백은 떨어짐의 끝이 결국 사랑하는 존재에게 가닿는 일임을 보여준다. 이 시는 가장 낮은 곳으로 자신을 던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의 역설을 폭포의 이미지로 함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