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국어 수업⑤] 중3 2학기 예비고1의 고등 국어, 선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2026-09-24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대구=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한보람의 국어 수업⑤] 중3 2학기 예비고1의 고등 국어, 선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학생이 풀어 온 문제를 보다 보면 답 번호 옆에 지웠다 다시 쓴 흔적이 유난히 많은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②번을 골랐다가 ④번으로 바꾸고, 다시 ②번에 표시한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한다.

이유를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둘 다 맞는 것 같았어요.”

실제로 두 선지가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지문에서 본 단어도 들어 있고, 처음 읽었을 때의 내용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 이럴 때 학생은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럴 때 선지 하나를 다시 읽어 보게 한다.

“이 선지에서 어디까지는 맞는 것 같아?”

학생은 대개 앞부분을 가리킨다. 거기까지는 지문의 내용과 맞는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달라졌을까?”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던 선지 안에서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나뉘기 시작한다.

고등 국어의 오답 선지 가운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하게 쓰인 것이 아니라, 지문의 일부 내용을 가져와 관계를 바꾸어 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 지문에서 실제로 다룬 대상이나 개념을 가져오고, 그 뒤의 관계를 조금 다르게 연결하기도 한다. 앞부분은 맞는데 뒤에서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선지에서 익숙한 단어를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답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령 지문에서 A가 B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고 해 보자. 선지에도 A와 B가 모두 등장한다. 얼핏 보면 지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지에서는 B가 A에 영향을 준다고 관계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두 문장에 들어 있는 단어는 거의 같다. 달라진 것은 단어가 아니라 관계다.

4화에서 글을 읽을 때 문장과 문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면, 문제를 풀 때에는 그 관계가 선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지문에서는 원인과 결과로 설명했는데 선지에서는 둘의 순서가 바뀌었는지, 두 대상의 공통점을 설명한 부분을 차이점처럼 바꾸어 놓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문학에서도 비슷하다.

작품에 ‘그리움’이 드러난다고 해서 그리움이라는 말이 들어간 선지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그 마음이 현재의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작품의 어느 표현에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에게 선지의 근거를 물으면 “지문에 이 말이 있었어요”라고 대답할 때가 있다.

그 말이 있었다는 사실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다음에는 선지가 그 말을 어떤 관계 속에 놓았는지까지 보아야 한다.

선지의 앞부분이 맞으면 뒷부분도 자연스럽게 맞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긴 선지일수록 더 그렇다. 읽다가 익숙한 설명이 나오면 이미 맞는 선지라고 생각한 채 나머지 부분을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선지를 짧게 나누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누구에 대한 설명인지, 무엇을 했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나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한다. 선지 전체를 한 번에 ‘맞다, 틀리다’로 판단하기 전에 각각의 내용이 지문의 어느 부분과 연결되는지 보는 것이다.

마지막 두 선지 사이에서 오래 고민하는 학생에게 “둘 중 무엇이 더 맞아 보여?”라고 물으면 판단은 다시 느낌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본다.

“②번은 어디 때문에 안 될까?”
“④번은 어느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두 선지를 서로 비교하기 전에 각각을 지문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처음에는 둘 다 맞아 보였던 선지 사이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문제를 맞힌 뒤에도 확인할 것은 남아 있다. 우연히 정답을 골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맞힌 문제 가운데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선지가 있었다면, 왜 그것을 버렸는지 한 번 설명해 보는 편이 좋다. 설명할 수 없는 선지가 남아 있다면 그 문제에서의 판단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시험에서는 결국 하나의 번호에 동그라미를 친다.

하지만 그 동그라미 하나를 고르기까지는 다섯 개의 선지를 각각 읽고 판단하는 시간이 있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것보다, 선지 하나를 끝까지 판단하는 습관이 먼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