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국어 수업③] 중3 2학기 예비고1, 고등 국어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2026-09-10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대구=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한보람의 국어 수업③] 중3 2학기 예비고1, 고등 국어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선생님, 지문은 다 읽었는데요.”

문제를 틀린 학생이 답답하다는 듯 말할 때가 있다. 실제로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뜨린 문장도 없고, 어려운 단어의 뜻도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에서 묻는 내용을 확인해 보면 지문의 어느 부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지 잘 찾지 못한다.

이럴 때 나는 가끔 다시 묻는다.

“그러면 이 문장은 왜 여기 나온 것 같아?”

학생은 지문으로 돌아간다. 방금 전까지 분명 읽었던 문장인데, 질문이 달라지자 다시 보아야 할 것이 생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 국어를 준비하면서 익혀 두었으면 하는 것도 이런 읽기다. 글자를 끝까지 따라가는 것과 글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같지 않다. 문장의 뜻을 각각 이해했다고 해서 그 문장들이 왜 그 순서로 놓여 있는지까지 저절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가령 첫 문단에서 하나의 현상을 제시하고 다음 문단에서 그 원인을 설명했다고 해 보자. 학생이 두 문단의 내용을 각각 이해했더라도 둘의 관계를 보지 못하면 글 전체는 여러 정보의 묶음으로 남는다. 반대로 ‘앞에서 현상을 제시했고 지금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구나’라고 읽으면 다음 문단에서 무엇이 이어질지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독서 지문을 읽고 나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중요한 개념이나 정보는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내용을 기억하려 하기보다, 필요한 내용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글의 구조를 함께 파악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앞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이었지.”

“여기서 두 사람의 견해가 갈렸지.”

“이 사례는 아까 설명한 개념을 보여 주려고 나온 것이었지.”

이 정도의 흔적만 남아 있어도 필요한 내용을 다시 찾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문학에서도 ‘읽었다’는 말의 의미는 비슷하다. 시 한 편을 읽고 “그리움에 관한 시예요”라고 말하는 학생에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물으면 대답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작품에서 받은 인상은 있지만 그 인상이 어느 표현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자유롭지만, 시험 문항에서 해석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에는 작품의 표현을 근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자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처음과 끝에서 태도가 달라지는지 살펴보다 보면 막연했던 인상이 조금씩 근거를 갖는다.

문제를 풀 때에는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학생이 지문을 잘 이해하고도 선택지에서 틀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중에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라기보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과 선택지의 표현을 정확하게 대조하지 않아 틀리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맞는 말’과 ‘지문에 근거하여 맞다고 할 수 있는 말’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문에서는 ‘일부 경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선택지에서 ‘항상 가능하다’고 바꾸어 놓았다면 내용의 큰 방향만 기억해서는 지나치기 쉽다. 문제를 푸는 순간에는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 그 판단이 실제 문장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고 나서 정답의 이유만큼 오답의 이유도 말해 보게 한다.

“왜 ③번이 맞아?”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대답한다.

“그러면 ②번은 왜 안 돼?”

두 번째 질문에서 다시 지문을 보는 경우가 많다. 정답을 찾았다는 사실과 선택지들을 정확하게 판단했다는 사실은 반드시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법에서도 읽기는 필요하다. 용어를 알고 있는 학생이 문제에서는 막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제시된 사례를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익숙한 개념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단어나 문장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충분히 살핀 뒤, 배운 개념과 연결해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례를 충분히 보지 않은 채 개념부터 끌어오면 알고 있는 지식 때문에 오히려 판단을 서두를 때도 있다.

고등 국어에서 읽기는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처음 읽을 때에는 글의 내용과 흐름을 따라가고,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생기면 필요한 부분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곳에서 근거를 찾고, 알고 있는 개념과 연결한 뒤 선택지를 판단한다.

문제를 풀다가 필요한 부분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사실 자체를 읽기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다시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하러 돌아갔는가이다.

“다 읽었는데 왜 틀렸지?”라는 질문보다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을 확인하면서 읽었지?”

고등 국어의 읽기는, 바로 그 질문에서 한 번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