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 과목 등급제 전환과 서·논술형 확대, 현장의 혼란과 변별력 상실 우려

- 2022 개정 교육과정 당시 논의 재탕 지적 속 교사·수험생·학부모 모두 불확실성 호소

2026-08-04     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입시 설명회(사진=대구시 교육청)

(대구=대구교육신문) 이본원 기자 - 

대학입학시험 제도가 다시금 거센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수능 전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과 주관식·논술형 문항 도입, 그리고 고교 내신의 완전 절대평가화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 방식의 근본적 전환 시도는 과거 2022 개정 교육과정 논의 시기에도 이미 한 차례 거센 찬반 논쟁을 겪었던 사안이다. 당시에도 정답 도출 중심의 객관식 평가가 지닌 한계와 경쟁 완화가 명분으로 제시되었으나, 현장 적용성을 둘러싼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보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동일한 수순의 개편안이 추진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 교육 현장의 불안감은 숫자로 명확히 나타난다. 대구 소재 한 고등학교의 경우, 2025학년도 1학년 1학기 지필평가에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서·논술형 출제 비중을 이미 40% 이상 까지 확대 운영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 국어과의 채점 결과, 동일한 정답 기준을 적용했음에도 채점자 간 점수 오차가 상당 지점까지 달해 재채점 요구가 접수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또한 경북의 B고등학교 역시 1차 지필평가 직후 평가 공정성 이의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이 중 과반 이상이 서·논술형 부분 점수 산정 기준에 집중되었다. 이처럼 단위 학교 수준에서도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단위 수능에 주관식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학평과 내신에서 나타나는 성적 부풀리기 현상, 즉 '내신 인플레'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 절반 가까이가 최고 등급을 받는 구조에서는 절대평가가 도입될 경우 변별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수성구 D고등학교 3학년 E학생은 "상대평가 체제에서도 0.1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스트레스가 큰데, 서술형 채점관의 주관이 개입되거나 내신 등급이 모두 A로 평준화된다면 3년간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학부모 K씨 역시 "내신 변별력이 사라지면 대학들이 자체 면접이나 구술고사 비율을 60% 이상 늘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결국 서술형 대비와 면접 준비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고가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입 제도의 급격한 틀 변화는 현장의 채점 공정성 확보 문제, 성적 부풀리기로 인한 변별력 저하, 그리고 변종 사교육 창출이라는 삼중고를 안고 있다.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국가 차원의 시험에서 서·논술형의 채점 신뢰성을 담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 당국이 과거의 실패와 현장의 실질적인 난관을 외면한 채 이상적인 명분만을 앞세워 개편을 강행할 경우, 학교 현장의 혼란과 입시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