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2] 거리(距離)...서정혜 시인

2026-06-26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거리(距離)

                                   서정혜

 

창턱에는 두 개의 꽃병이 있었다

좋아하는 꽃이 서로 달랐다

서로 다른 길을 다녀와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는지

답이 없는 시간은 멀리 강에 흘렀다

창을 열면 시야가 트일까

창턱에는 아직 두 개의 꽃병이 있다

 

「거리」,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2022. 서정혜

 

한보람 시인의 시선

 

서로 다른 채 곁에 머무는 것이 관계라는 깨달음.

좋아하는 꽃도, 걸어온 길도 달랐던 두 존재는 끝내 하나가 되지 않는다.

답 없는 시간은 흘러가고, 같은 창턱에 남은 두 꽃병은 이해보다

깊은 관계의 지속을 조용히 보여준다.

서로 다른 채 곁에 머무는 일이 관계의 본질임을 담담하게 전하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