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1] 산이 숨는다...감태준 시인
2026-06-19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산이 숨는다
감태준
나는 산에 들고
산은 내게 들어
초여름 하룻밤을 달게 자는 줄 알았네
장터에서 엿치기하다 개꿈 깨어 둘러보니
나는 객창 안에 있고
산은 객창 밖에 있네
엿 구멍 재다 산 놓치는 줄 몰랐네
산 들인 것부터가 개꿈이었네
다시 산에 올라도
산을 들여도
산 홀로 산에 들어 꿈적도 않네
무슨 꿈을 더 깨어야 산을 들이나.
『역에서 역으로』, 산이 숨는다 2014, 감태준
<한보람 시인의 시선>
산을 품었다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작은 욕심 앞에서 멀어지는 본질.
화자는 산을 들였다는 착각이 개꿈이었음을 깨닫고,
끝내 들지 않는 산 앞에서 자신이 더 깨어야 할 꿈이 무엇인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