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10] 문득 만난 얼굴...주원규 시인
2026-06-12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문득 만난 얼굴
사진 한 장 바람에 날아와
발등에 사르락 얹혀진다
허리를 굽혀 무게도 없는 사진을 집어 든다
누가 누구를 찍은 이 사진은 누구일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굴은 아니라서
혼자 뒹굴면 아무도 모를 아직 세월에 누렇게 바래기 전
이 분명한 윤곽의 사진은 누구일까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인지
이목구비가 너무나 선명한
인생의 여유를 알 만한 나이의
시선을 하늘 쪽에 둔
이 사진의 주인은 누구일까
오래 쌓은 우정이 불러서
종로에서 광화문통으로 발길을 옮기는 중
낙엽도 다 쓸린 일모(日暮)의 때
초겨울 시린 바람에 낙엽처럼 굴러 내 발등에 얹힌
명함판보다는 조금 더 큰 사진 속 문득 만난 이 얼굴은
「문득 만난 얼굴」, 『문득 만난 얼굴』, 2017. 주원규
<한보람 시인의 시선>
무게 없는 사진 한 장에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얼굴들이 겹쳐지는 시.
「문득 만난 얼굴」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의 생애를 가만히 바라본다.
화자는 발등에 날아든 사진을 주워 들고
이 사람이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며 누구의 아버지였을지를 생각한다.
사진은 가볍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생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름 없이 지나갔으나 누군가에게는 전부였을 얼굴.
문득 만난 얼굴은 어느새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얼굴들로 번진다.
길 위를 떠도는 사진처럼 사람 역시 잠시 세상에 머물다 떠난다는
존재의 쓸쓸함을 낮고 담담하게 담아낸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