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7] 못이 빛나는 밤
2026-05-22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못이 빛나는 밤
흉터에서 사는 유령처럼
한밤에 일어나 피 흘리는 벽을 본다
내가 반쯤 묻힌 벽, 지도를 찾아 스위치를 켠다
온 힘을 다해 빛을 모으면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집집마다 못이 박히지 않은 벽은 없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못에 옷을 건다
밤이 못을 쓰다듬는다
우리가 알아야 할 운명이 벽에서 빛나는 밤
못은 벽에 깊숙이 파고들어 서로를 견딘다
궁지에 몰린 채
불안이 통째로 박힌 풍경은 곰팡내가 나고
노을이 무너지고
뿌리째 흔들리던 우리의 계절은
「못이 빛나는 밤」, 『지구의 모든 저녁이 모여 있는 곳』 2026. 최서진
[한보람 시인의 시선]
상처는 서로를 끝내 붙들고 살아가게 하는 운명의 깊이.
흉터는 지나간 상처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삶 자체가 되어버린다.
못과 벽은 서로의 고통을 견디며 이어지는 존재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