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5] 빈 문장 하나 절름거리며

2026-05-08     대구교육신문 문학Editor 한보람
사진=대구교육신문

(대구=대구교육신문) 대구교육신문 문학Editor 한보람 - 
 

빈 문장 하나 절름거리며

 

우리는 눈부신 이름을 갖기 위해

자주 표정을 바꾼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경사진 하루에 붙어 비스듬히 흐른다

멀리서 기린 구름 하나가 다가와

그 뒤에 조금 기울어진 시간의 나뭇잎을 씹는다

새들도 자신의 이름을 갖기 위해 허공을 날까

이름을 갖기 위해 장미는 꽃병에 꽂히고

의자는 의자가 되기 위해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이름을 찾기 위해 먼 곳까지 걸어갔다 온 목소리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이름을 갖기 위해

얼굴이 빨갛고 파랗다

침묵으로 견디는 나무, 여름을 우는 매미

금방 날아간다, 이름

 

시작 노트

눈부신 이름을 갖기 위해 우리는 모두 움직인다. 경사진 하루와 비스듬한 시간 속에서, 사물과 생명은 스스로를 부르기 위한 자리와 소리를 찾아 떠돈다. 끝내 붙잡지 못하는 이름의 순간, 존재는 가장 눈부시게 흔들리며 가볍게 흩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