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람의 문학 정원 4] 저녁 냄새
2026-05-01 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대구=대구교육신문) 한보람 문학 Editor -
저녁 냄새
낮은 지붕 몇 개가 천천히 불을 켜면
마을은 숨을 고르듯 꽃이 핀다
사람들은 문패보다 소리로 서로를 찾았고
공중은 여러 장의 페이지로 창문을 연다
누군가의 저녁으로 이어진 집마다 붉은 심장을 내걸고
저녁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불빛은 전보다 많아졌는데
왜 사람의 부름은 더 적게 들릴까
나는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
서책 향기, 저녁을 지나 밤을 지켰던 책방
어딘가에서 낮은 음 하나 몇 번 울리고
그 소리가 길목의 어둠을 천천히 건너가던 밤
세상이 아주 잠깐 느리게 흐르면
우리는 슬픔으로 가득 찬 온기를 가진 저녁을
당신과 함께 걷던 저녁을 잊지 못하지
시작노트
저녁이 내려앉는 순간, 마을은 소리와 냄새로 서로를 기억한다. 이 시는 빛보다 먼저 사라지는 목소리와, 여전히 남아 있는 온기의 결을 따라간다. 익숙했던 부름이 점점 멀어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저녁이라는 감각을 통해 잃어버린 관계와 느린 삶의 흔적을 다시 불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