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거벗은 상태에서의 인간은 물리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

(대구=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다. 심지어 휴머니즘을 논할 때도 겉멋이 없으면 통과가 안 되는 게 우리네 문화가 되어온 것 같다. 필자 스스로도 뼈저리게 뉘우쳐야 할 이야기다.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꼭 몇 대가 지나야 아는 것은 아니다. 그 진실과 진리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거치고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개나 고양이가 자연스레 하는 행동들이 진리라고 하면 지나칠까? 복잡하게 논할 사람들의 세계가 가금(家禽)의 행동으로 격하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도 원래 발가벗은 것이 실체이다. 이런 인간도 옷이라는 사회성을 입은 상태와 누구나 공평히 옷을 벗은 목욕탕에서의 상황을 구별하여 본다면 이때는 아차 하는 무엇인가를 착안할 수 있다. 벌거벗은 상태에서의 인간은 물리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이다. 옷으로 대유되는 문명의 이기를 걸쳐야만 비로소 인간은 시스템적으로 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주 본질이 무어냐를 생각지 않고는 쉽사리 소위 겉멋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딜레마인 것 같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은 솔직해질 수 있다. 거지가 모닥불에 살찐다고들 한다. 그 순간은 적어도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상상의 토대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만석꾼에게 만 가지 걱정이 따라다닌다는 말을 가져다 대면 좀 더 쉬울 것인가. 누구나 벌거벗은 상태에서 초연의 일색을 내뿜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요한 삶의 현장이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에는 인간 본연의 약한 상태를 스스로 속이고 어물쩍 넘어가는 일은 줄여야겠기에 내어 본 말이다.
광범위한 주제 거리라 여겨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구체적 실례로써 언급하는 동시에 각자의 머릿속에 왜곡이 들어찰 수 있기에 조심스러워진다. 겉멋에 관해 치장만을 들어 논하면 또한 안 된다. 오히려 가장 소박하고 인간적인 듯한 일들에서 겉멋 들린 휴머니즘이 반전처럼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좀 더 본질과 가까운 사고를 하고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사상을 이룰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유행에 민감하다고 자평하는 한국문화에서 누구나 공감한다는 것을 이제 조금 뛰어넘자. 각자 조금씩은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어울리는 구름 조각들처럼 우리 사회의 하늘을 날마다 색다르고 조화롭게 이루자는 것이고 지는 석양을 넘기고 또 다른 아침의 하늘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himmelasgeier@gmail.com>
<주 : 권철현 기자는 대구 태생으로 덕원중, 경신고를 나와 한양대(서울) 독문, 고려대(서울) 전산언어과학 석사를 졸업한 뒤 교육AI 인공언어 관련 업체 및 교육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관련이 없음을 공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