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 기자의 눈] 6. 영화 '헤어질 결심'...The shape of love and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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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기자의 눈] 6. 영화 '헤어질 결심'...The shape of love and language
  • 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 승인 2022.07.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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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유형...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프로메테우스와 아라크네처럼
- 잘 짜여진 서사 구조와 박해일, 탕웨이의 뛰어난 연기 돋보여...멜로드라마의 수작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대구=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 

시종일관 화면을 바라보는 관객의 하나인 필자의 눈이 일깨우는 뇌의 감각은 차라리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었다. 소리를 보았다고나 할까?

극중 형사 해준(박해일)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필자의 가슴에 복선을 깔았다. 너무나 판에 박힌 선입관의 해악이랄까 대부분의 영화에서 나오는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의 그것이 아니었다.

마치 심신이 지친 영혼을 위로라도 하는 듯한 심연 속 메아리같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배경음이나 거듭되는 서래(탕웨이)의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어눌한 한국어발음이 필자의 뇌리를 휘감아 영화 내내 지독한 멜로의 향연을 취한 채 지켜보게 했다.

마치 신이 고안해 놓은 듯한 현실의 벽에 의해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서래와 해준의 사랑의 모습들. 그것들이 순서를 서로 달리하는 과정은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일으킨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해준으로 하여금 영원히 자신(서래)을 그리워하게끔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던지면서, 형사(해준)에게는 영원한 미결사건을 남겨줌과 동시에 그리움의 잔인한 형벌을 던져줌으로써 끝이 난다.

사랑의 형상은 안개와 같았으며 사랑의 언어(소리)는 깊은 유연함과 어눌한 정확함이었지만, 그 둘 다 반대로 그러하기에 오히려 맑고 청명한 안개였다. 또한 유려하지만 불분명하며 끝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낙인을 지긋이 마음에 찍어버린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오히려 서릿발같은 아름다움을 이 영화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탕웨이의 아름다운 모습과 선한 눈빛, 그리고 박해일의 진중하고 품위있는 모습과 연기는 이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헤어질 결심'은 분명 근래에 보기 드문 멜로 영화다.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감각을 지닌 감독(박찬욱)의 칸 영화제 수상작(감독상) '헤어질 결심'은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 인간의 정신 속에 흐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모티브를 실제적으로 끄집어내어 각종 장치(안개와 안개의 노래)를 통해 너무나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극중 송서래의 대사 중 '한국에서는 상대가 결혼을 하면 그를 향한 사랑을 중단하나요?' 는 것이나 해준을 만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일련의 사건을 만드는 것 등 과감하고 다소 무모한 사랑의 집념, 거미줄같은 운명을 극복하려는 차분하고 끈질긴 노력들이 신을 인격화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나타난다.

누가 신화는 그저 먼 옛날의 허구적 이야기라고, 이제는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말하겠는가. 신화는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을 지적하여 현실에서 사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두려움보다 더 커다란 용기가 송서래를 근본적으로 받쳐주는 듯하다. 해준이 서래에게 한 말에도 나타난다. '당신은 긴장하지 않으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요, 그건 당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줘요.' 최고의 권력자 제우스의 협박에도 결코 무릎 꿇지 않은 프로메테우스의 용기가, 감히 인간이 신의 재능을 엿봐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아테나의 질투에도 굴하지 않았던 아라크네의 패기가, 송서래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같다.

 

'헤어질 결심'스틸컷 /사진 =CJ ENM
'헤어질 결심'스틸컷 /사진 =CJ ENM

The shape of love and language

'눈물겨운 것은 형상으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마치 탕웨이(송서래)가 떠나는 하늘에서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의 형상을 보고 어눌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던질 것도 같은 이 메시지는 필자의 귓전에 들리는 환청인가 싶다.

 

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himmelasgeier@gmail.com>

<주 : 권철현 기자는 대구 태생으로 덕원중, 경신고를 나와 한양대(서울) 독문, 고려대(서울) 전산언어과학 석사를 졸업한 뒤 교육AI 인공언어 관련 업체 및 대구의 사교육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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