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철현 기자의 눈] 4. 태어나줘서 고마워...영화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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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기자의 눈] 4. 태어나줘서 고마워...영화 '브로커'
  • 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 승인 2022.06.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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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대구=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 

태어나줘서 고마워

영화는 무언가를 보고 듣고 즉자적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다면적이고 독립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 '브로커' 에서는 배경화면이나 사운나 어느 한 요소도 우리에게 특별한 임팩트(impact)를 주는 요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들이 보여주는 순간순간의 연기와 그 인물들이 엮어가고 전개하는 내용과 대사가 특별히 슬픔을 노골화하는 대신에 오히려 코믹에 가까운 뉘앙스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심지어는 궁극적으로 삶에 대한 태도와 그 시작점인 출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 시각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게 하는 충분한 요소를 이 영화는 가지고 있다.

극중 등장하는 동수(강동원)와 소영(아이유)의 놀이기구 속에서의 대화는 버려진 아이들과 아이를 버린 엄마들의 진솔한 대화로 승화됨을 느끼게 한다. 동수가 소영에게 "널 보면 왠지 편안해... 날 버린 엄마가 분명 너같이 피치 못할 이유가 있어서 그랬음을 널 통해 느끼게 되어 그래..."라든지, 소영(아이유)은 대사 마지막에 "그래도 버린 건 버린 거야..." 라 말하는 장면 등 버려진 아이의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존재의 상실감으로부터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 아이를 버린 엄마의 죄책감, 등등을 수준높게 표상하고 있다. 영화 끝 무렵 소영(아이유)은 다들 모인 여관방에서 불이 꺼진 채 조용히 속삭인 작별같은 인사말, 즉 각자를 지칭하며 그들에 대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분명 깊은 감동을 준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필자 역시 삶의 무게에 힘겨워 부모를 원망한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왜 내 의지로 태어나지 않은 세계에서 꺾이고 절망해야 하는가. 그러나 만약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것저것 고통도 행복도 없는 상태 즉, 아예 말 그대로 '무(無)' 이지 않을까? 하는 현실 속 관점으로 보면 그로테스크한(Grotesk:기괴한) 생각까지 들게 함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양면이다. 삶은 고난과 행복이 스테이지를 갈아타며 번갈아 느끼는 흡사 게임(Game)의 장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난의 미션을 해결(Clear)하면 잠깐 찾아오는 안도와 휴식, 그리고 다음 고통의 스테이지, 다시 또 찾아오는 행복, 그리고 또 다른 여정.

태어나줘서 고마워...

기르지도 못하고 버리는 엄마가, 아기와 아기를 데리고 우스꽝스러운 여정을 펼치는 상현과 동수 심지어 거기에 끼어든 수진과 리(여형사들),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던질 수 있는 소박한 이 희망의 메시지가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의 무의식에 자리 잡히길 바란다. 아이유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 다가오게 된 영화. 

 

 

대구교육신문 권철현 기자 <himmelasgeier@gmail.com>

<주 : 권철현 기자는 대구 태생으로 덕원중, 경신고를 나와 한양대(서울) 독문, 고려대(서울) 전산언어과학 석사를 졸업한 뒤 교육AI 인공언어 관련 업체 및 대구의 사교육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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