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있지만 문제 없다" 평가원 결국 무릎…안일한 대응 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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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있지만 문제 없다" 평가원 결국 무릎…안일한 대응 혼란 자초
  • 대구교육신문 김하윤 기자
  • 승인 2021.12.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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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의 수능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점수가 공란으로 비워둔 채 배부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서한샘 기자 = 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수능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향한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수험생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학년도 수능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하면서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전원 정답'으로 처리된다.

수능 정답 결정이 번복되면서 사상 초유의 정답 유예에 따른 성적표 '공란 배부' 사태를 초래한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거센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와 교육계에서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 이의신청이 제기됐을 때부터 평가원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생명과학Ⅱ 20번은 지난달 18일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수험생 사이에 논란이 됐던 문항이다.

수능 직후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평가원 게시판에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과 관련한 이의신청이 160건이 올라왔다.

단일문항으로는 빈칸추론문제인 영어영역 34번(458건)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친 뒤 올해 수능에서 오류가 있는 문항은 없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두고도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문항에 오류는 있지만 정답을 찾아내는 데는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서 수험생들은 오히려 더 반발했다.

일부 수험생은 생명과학Ⅱ 문항을 풀 때 계산이 이상하게 나와 다시 검산한다고 시간을 소모해 다른 문항 풀이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평가원이 안일하게 사안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송인단에 참여한 한 수험생은 "이의제기 답변에 너무 성의가 없었다"며 "평가원이 이런 식으로 수험생들 이의제기를 대한다면 다음에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층적·종합적·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면서 오히려 "정답만 찾아내면 된다"는 식으로 답변하면서 평가원이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평가원 잣대로 보면 오히려 문항에 '오류'를 발견해낸 수험생들이 평가원이 지향하는 방향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지난 9일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묻자 그제서야 사과 의사를 밝혔다.

당시 강태중 평가원장은 "논란 여지가 생긴 것 자체에는 충분히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 책임이고, 그런 점에서 미흡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 이후 법원이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을 때도 평가원과 교육부는 뒤늦게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가 '늦장 대응' 비판을 받기도 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논란이 불거지면서 평가원이 세계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단유전학 분야 세계 최고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Jonathan Pritchard) 프린스턴대 빙 석좌교수(Bing Professor)는 수험생들 질의에 답변을 트위터에 올렸다.

프리처드 교수는 매튜 아기레(Matthew Aguirre) 연구원이 내놓은 풀이 결과를 공유했는데 아기레 연구원은 "터무니없이 어렵고(absurdly hard) 사실상 풀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한 진학담당 고교 교사는 "수학과 과학은 말 그대로 조건이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문제에 평가원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논란 확대에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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