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 '생명과학Ⅱ' 공론화 수험생들 주도…평가원은 국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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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오류 '생명과학Ⅱ' 공론화 수험생들 주도…평가원은 국제 망신
  • 대구교육신문 김하윤 기자
  • 승인 2021.12.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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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를 제기한 수험생과 변호인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앞에서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소송 1회 변론 출석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두고 오류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수험생들은 직접 공론화를 주도하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생명화학Ⅱ 20번 문항 정답결정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수험생 92명 등은 소송 제기 이후부터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행정소송에 참여 중인 수험생들은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직접 문항 영어로 번역해 해외 석학들에게 자문

수험생들은 각자 연락이 닿는 대로 국내외 석학과 교수, 고교 교사에게도 전자우편(이메일)을 통해 질의서를 보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논란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해외 석학에게 질의서를 보내기 위해 수험생들은 직접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발품을 판 결과 수험생들은 논란이 된 수능 문제와 관련된 집단유전학(Population Genetics) 분야 세계 최고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Jonathan Pritchard) 프린스턴대 빙 석좌교수(Bing Professor)에게서 답변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프리처드 교수는 전날(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언급하면서 매튜 아기레(Matthew Aguirre) 연구원이 내놓은 풀이 결과를 공유했다.

수험생들에게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논란을 전해들은 프리처드 교수는 연구실 연구원들에게 문제를 풀어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너선 프리처드(Jonathan Pritchard) 스탠퍼드대 빙 석좌교수(Bing Professor) 트위터 갈무리./뉴스1 © 뉴스1

◇해외 석학도 '오류' 지적…"이메일만 몇백 통 보내"

아기레 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시험 문제는 (일종의) 답을 구할 수 있지만 유효한 솔루션(Solution·풀이)이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의도적 인식회피(willful blindness)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원 트위터 계정을 언급하면서 "모순 발견 전에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게 항상 사실이 아니라면"이라고 반문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논란이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사안으로 확대된 셈이다.

프리처드 교수 측은 수험생들 요청으로 재판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자세한 내용이 담긴 의견서도 별도로 보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송인단 단체대화방에서 한 수험생이 외국 명문 교수들은 사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이메일을 보내자고 제안했다"며 "몇백 통은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료변론에 나선 김 변호사도 국내 생명과학 관련 학회 12곳과 국내 교수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의견을 요청해왔다.

일부 교수는 개인 견해를 전제로 직접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인 김종일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장은 지난 9일 "제시문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제시문 조건을 충족하는 집단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문항이 출제된다면 '존재할 수 없다'가 정답"이라고 밝혔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소송을 진행 중인 수험생들이 개설한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뉴스1

◇수험생들 '카드뉴스' 제작도…공론화 계속

수험생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를 지적하는 '카드뉴스'를 게시하면서 공론화를 진행 중이다.

해당 문항이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이어서 수험생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인 정모양(18)은 "수험생끼리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해서 어떤 걸 주제로 만들면 좋을지 제안을 받고 내용을 정리해서 카드뉴스를 만들었다"며 "스탠포드 교수가 보내준 의견서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능 OMR카드 마킹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성적표로 확인해야 하는데 생명과학Ⅱ가 공란으로 나와서 확인을 못하고 있다"며 "과학탐구Ⅱ는 한두 문제가 중요한데 어느 대학을 지원해야할지 고민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뉴스1 © 뉴스1

◇17일 오후 1심 선고…수시 일정 연기돼

한편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결정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심 선고를 오는 17일 오후 1시30분에 내릴 예정이다.

선고가 당초 16일로 예정된 수시합격자 발표일 뒤로 잡히면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시일정도 1심 선고 뒤로 연기했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집단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옳은 '보기'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하지만 주어진 설정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개체 수(동물 수)가 0보다 작은 '음수'가 나오면서 문항이 오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평가원은 오류 주장을 두고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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