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확률과통계' 나비효과…인문계 수시이월인원 증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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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확률과통계' 나비효과…인문계 수시이월인원 증가하나
  • 대구교육신문 김하윤 기자
  • 승인 2021.04.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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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가장 큰 화두는 국어, 수학 과목구조 개편일 것이다. 수험생은 국어,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구조에 따라 공통과목과 함께 영역별 선택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국어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수학의 경우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가 선택과목이다. 공통과목 75%, 선택과목 25% 수준으로 출제할 것이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밝혔다. 선택과목에 따라 응시인원, 난이도 등 때문에 입시에서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입시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바뀐 점수 체계 때문에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를 응시한 집단의 성적이 0.5~1등급 이상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인은 각 응시 집단별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에서 응시집단 전체로 확장해 산출하는 방식 때문이다.

점수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확률과 통계' 응시자 집단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수학 선택과목 응시자 비율은 기하 6%, 미분과 적분 35%, 확률과 통계는 59%라고 한다.

3월 학평은 재학생만 응시한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과목에서 쉬운 과목으로 변경하는 재학생들의 경향, 수능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보는 시험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11월 수능 접수인원은 기하 2만4724명(5%) 미적분 13만8455명(28%) 확률과 통계 33만1304명(67%) 등 총 49만4483명으로 추정된다.

수능 수학 접수인원 중 무려 67%인 33만여명은 바뀐 점수산출 체계 때문에 등급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등급 손해를 만회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일부에서는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을 선택해 손해를 줄여보는 방법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새로 바뀐 점수체제에서는 출제비율의 25%인 선택과목 점수보다 75%인 수학1·2 공통과목에서 지원자의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월 학평 이후 낮은 '확률과 통계' 성적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응시자들은 어떤 입시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에 따라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첫 번째, 내신 1~3등급대 인문계열 학생들은 수시 학생부전형에 최대한 하향지원을 할 것이다.

3월 학평 이후 수학 '확률과 통계'에 쏟아지는 부정적 분석기사 때문에 '확률과 통계'를 응시하는 인문계열 지원자들은 큰 충격을 경험했을 것이다. 전년보다 정시모집이 소폭 증가하고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늘어 수능을 준비하려 했던 지원자들은 예상보다 낮은 성적 때문에 정시모집에 지원하기보다는 수시모집에서 끝내려는 의지가 강해졌을 것이다.

내신 등급이 우수한 학생인 경우 수능 최저학력등급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에 집중할 것이고 수시모집에서 반드시 합격하기 위해 '하향 안전지원'을 심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일반전형 간호학과 지원자가 가천대 가천바람개비전형까지 지원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중복합격 때문에 결원이 많이 일어나고 수시 이월인원이 많이 생겨 정시모집 선발인원이 늘어난다. '확률과 통계'에 대학 공포감이 수시모집 정원을 깎아먹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보통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 해 수시 이월인원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202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명지대는 84명, 광운대는 11명, 삼육대는 58명(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2개 학과 제외)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었다. 중복합격으로 인원 미등록인원이 많아서 생긴 결과다.

두 번째, 내신 등급 4~6등급대 인문계열 학생들은 논술에 집중, 지원율이 상승할 것이다.

내신등 급이 낮은 '확률과 통계' 응시자들은 일반적으로 논술고사에 집중한다. 여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논술고사의 성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전형요소가 수능이라고 한다. 수능을 준비해 정시모집에 지원하려는 재학생 또는 졸업생은 정시모집 지원 전 보험 성격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올해는 확률과 통계 점수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커서 보험성 지원이 아닌 수시합격을 위해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21학년도 인문계열 논술고사는 4703명 모집에 18만2673명이 지원해 평균 38.84대 1의 지원율을 보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높은 지원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적성고사에서 논술전형으로 선발방식을 바꾼 가천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수원대의 경우 일선 고교에서 모의논술에 대한 반응이 좋고 공교육 내에서 준비가 가능한 논술 형태로 출제되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내신등급 1등급대 자연계 학생들은 수시모집 의·치·한 계열에 집중해 지원률이 상승할 것이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들이 점수 손해를 봤다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응시집단은 기하와 미적분을 택한 집단일 것이다. 2021학년도 기준, 수학 가형(2022학년도 기하·미적분 응시자와 비슷한 집단) 1등급 원점수 커트라인은 92점. 2022학년도 점수 체계로는 92점 이하 점수로도 1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수시모집에서 의예과와 치의예과 한의예과는 높은 수준의 수능최저 등급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인하대 지역추천인재전형(10명)의 경우 국·수·영·과(2) 중 3개 1등급, 충북대 지역인재전형(23명)은 국·수·영·과(2) 중 수학 포함 3개 합 5등급이다.

변경된 점수 체계로 낮은 점수지만 선택과목이 미적분, 기하인 경우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수시모집에 공격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국·수·영·탐 모든 과목의 등급을 요구하는 의치한 계열은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합격 가능한 내신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네 번째, 변경된 점수체계로 인문, 자연 모두 예상이 쉽지 않은 수시, 정시모집이다. 지원자를 공정하게 줄을 세워야 하는 대학 입학처는 어떤 심정일까. 3월, 4월, 6월, 7월, 9월, 10월 학력평가 및 모의평가 추세와 수능 결과를 분석한 후 새로운 점수체계로 지원자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하, 미적분 선택자들이 인문계열 상경계열로 지원하는 경우다. 상위 11개 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열에서 수능 수학 선택과목을 '확률과 통계'로 지정한 대학은 없다.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응시자 모두 지원이 가능하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응시자 모두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점수가 예상되는 '기하·미적+과탐' 응시자들이 상위권 대학 상경계열로 지원해 합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점수체계 변동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과탐 지원자와 낮은 점수를 얻은 사탐 지원자들과 형평성을 위해 대학에서는 변환표준점수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변환표준점수는 응시과목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응시과목과 관계없이 지원자가 얻은 백분위 성적을 대학이 조정한 표준점수로 변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학년도 서강대 변환표준점수에 따르면 물리I 백분위 98인 지원자는 서강대 기준으로 60.71을 얻고 사회문화 백분위 98인 지원자는 65.33을 얻는다.

2021학년도 서강대 정시모집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 (대학미래연구소 제공) © 뉴스1

2021학년도 서강대 정시모집 변환표준점수를 통해 각 대학은 기하·미적분 응시자와 '확률과 통계' 응시자의 유불리를 최대한 없애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3월 학평 이후 고교 현장에서는 수시모집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어서 정시모집까지 배짱 있게 '확률과 통계'를 준비하는 인문계열 지원자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현 점수 조정체계는 2015개정 교육과정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게 결정됐을 것으로 예상되나 '확률과 통계' 응시자의 학습 욕구를 꺾어 수능 학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모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응시자 집단을 고려한 새로운 점수체계가 도입되길 바란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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