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학생들 울린 교육부·EBS, 누가 책임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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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학생들 울린 교육부·EBS, 누가 책임질건가
  • 대구교육신문 김하윤 기자
  • 승인 2021.03.1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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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클래스 오류 상황을 한 교사가 촬영해 지난 9일 교사 커뮤니티에 공유했다.(카카오톡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개학 이후 2주째 한 국산 에듀테크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는 대규모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전국 교사와 학생들이 졸지에 테스터가 돼 문제 많은 플랫폼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 온라인 클래스 이야기다. 교육부가 원격수업의 신기원을 열겠다며 지난해부터 틈만 나면 홍보에 열을 올렸던 바로 그 플랫폼. 교육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야심차게 선보인 교육계 기대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아예 잔치판이 뒤집어졌다. 학기 초부터 각종 오류가 속출해 교사와 학생들은 속된 말로 '멘붕'에 빠졌고 학부모들은 우리 집 컴퓨터가 이상한 것이냐며 교무실에 SOS를 치는 일이 반복됐다.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됨이 묻어난다. 어떤 학생은 수업을 2~3번씩 반복해서 수강해도 전혀 듣지 않은 것으로 표시되자 전화해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됐다가 안됐다가 변덕을 부리는 꼴을 보자면 절로 신을 찾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줌(Zoom) 연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한다.

교육부와 EBS가 그간 내놓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개발에 착수해 5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클래스는 사실상 미완성 상태로 문을 열었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질책이 쏟아지자 지난 5일 "솔직하게 인정하면 원만하게 가고 있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클래스 핵심 서비스 구축을 담당한 GS ITM 관계자도 "(온라인클래스 서비스까지) 10개월 정도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고백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EBS에서 제출받은 온라인클래스 사전점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4일 기준 사전점검에 참여한 교사 1120명 가운데 292명(26.1%)이 오류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교사가 문제가 있다고 알려줬는데도 서비스를 강행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학일까지는 오류를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LMS를 새로 선보이면서 이토록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다는 것이 암담하다.

온라인클래스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다만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학기 초와 비교해 느리지만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만큼 오는 데 교사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카카오톡에는 4000명에 달하는 교사가 온라인클래스 관련 오류를 공유하는 채팅방이 있다.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글이 올라오는데 차곡차곡 구글 공유문서에 정리돼 교육부와 EBS에 전달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피드백까지 받아내 서로 공유한다.

교육부와 EBS가 전국 학교를 광활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요량이었다면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육당국에 대한 학교의 불신은 더 깊어졌으니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교육부는 이번 주말까지 온라인클래스의 핵심 기능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원래 지난 주말까지였는데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그 약속 지켰으면 한다. 언제까지 교사와 학생들을 테스터로 써 먹을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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